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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은 그리스도교 사상가들뿐 아니라 로마 시대의 일반 학자들도 즐겨 다루던 주제였다. 진리를 탐구하는 데서 행복을 찾았던 아우구스티누스는 386년 당시 로마제국의 수도 밀라노 근교 카시키아쿰에서 자신의 문하생들과 더불어 진리 탐구와 행복, 그리고 이 둘에서 이성이 지니는 역할에 대해 차례로 토론한다. 본서 『행복한 삶』은 진리 탐구의 개념을 다룬 첫 번째 대화집 『아카데미아학파 반박』에 이은 두 번째 대화집이다.
『행복한 삶』은 근원적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열망을 대화로 분석해 보여 주는 책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지혜를 얻음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며, 한 인간에게 진리를 탐구하는 열망과 행복을 추구하는 동경이 존재한다면, 진리를 발견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본서에서 하느님을 모시고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삶에 참된 행복이 있음을 논증하고 있다.
행복한 삶 - 하느님을 모시고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삶
우리는 이미 우리에게 있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만일 우리가 행복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이미 참으로 행복하다면 그것을 추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마니교와 결별하고 아카데미아학파의 회의론을 극복하면서 그리스도교에 입문했다는 사실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행복한 삶』에도 이 방황의 과정이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다.
눈으로 식별하는 저 빛이야말로 최고로 섬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마니교도들)을 만났습니다. 나는 ··· 그 사람들을 치밀하게 검토하여 따지고 나서 그들에게서 아주 탈출하였으며 ··· 온갖 바람과 맞서는 사이에 아카데미아학파가 풍랑 한가운데서 내 배의 키를 붙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땅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나는 내가 믿을 북극성이 어떤 것인지 배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에 관하여 사유할 적에 ··· 그분이 전혀 물체의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함을 각성하였습니다.(49쪽)
아우구스티누스에게 하느님은 물적 존재이거나 진리와 유사한 분이 아니라 진리 자체였고, 불변하고 영원하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신 분이었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을 모실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며, 하느님을 모실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영원성과 불변성은 참된 행복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누가 행복하기로 작정하였다면 항상 지속하는 것, 행운이 변덕을 부리더라도 빼앗길 수 없는 것을 자기에게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73쪽)
그렇다면 하느님을 모신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며, 하느님을 모실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느님을 모실 수 있는 사람이란 지혜로운 사람이다. 우선 하느님을 모시려면 먼저 하느님을 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하느님을 추구하자면 그분이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하느님은 어떤 사물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고 내면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에 여기에는 내면을 탐색하는 지혜가 요청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진정한 행복이 하느님을 모시는 데 있으며, 하느님 모심은 지혜를 얻는 데 달려 있고, 진리를 인식함으로써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사유는 하느님과 지혜를 동일시하는 그리스도교 전통에 근거를 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소유할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참으로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바를 소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에게 가장 사랑할 만한 존재는 물론 하느님이었다.
행복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삶 전체에 걸쳐서 다루었던 핵심 주제 중 하나였고, 그것은 진리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이 진리는 밖이 아닌 안에서 찾아야 하는 진리였다. “밖으로 나가지 마라.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라. 인간 내면에 진리께서 거하신다. 그리고 그대의 본성이 가변적임을 발견하거든 그대 자신도 초월하라. … 제대로 추론하는 모든 이는 진리 말고 어디에 이르겠는가?”(『참된 종교』39,72)
아우구스티누스가 참된 행복이라는 사유에 도달하게 된 과정과 그의 사상 편력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행복한 삶』과 더불어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및 『참된 종교』를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책 속에서
우리끼리 연구한 것은 행복한 삶에 관해서였고, 우리가 청할 하느님의 선물 가운데 그보다 큰 선물이 아무것도 없다고 보는 까닭입니다. ···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또 내가 비록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내가 두려움을 품을 수는 없습니다. ··· 지금부터 내가 전해 드리는 글에 주의를 기울여 주기 바랍니다.(52-53쪽)
내가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을 모신 사람이 행복하다.’ ··· 나는 말을 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하느님을 모시고 있느냐, 이것 말고는 우리로서는 아무것도 물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을 모신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할 것이다. 이 문제를 여러분은 어떻게 보는지 묻고 싶다’(73쪽).
정신의 빈궁, 그것은 어리석음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혜와 상반되고, 죽음이 생명에 상반되고 행복한 삶이 불행에 상반되듯이 중간의 무엇이 없다. 왜냐하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불행하고 죽지 않은 사람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리석지 않은 사람 모두가 지혜로운 사람임이 분명하다.(115쪽)
누구든지 행복한 사람은 나름대로의 법도, 곧 지혜를 간직하고 있다. 지혜를 말하자면 하느님의 지혜 아니고 무엇을 얘기하겠는가? 우리는 신적인 권위에 의거하여, 하느님의 아들이 하느님의 지혜 외에 다름이 아니라는 믿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또 하느님의 아들이 바로 하느님이시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행복한 사람은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 ··· 진리를 통해서 최고의 법도에 이르는 자는 누구든지 행복하다. 정신에게는 바로 이것이 하느님을 모시는 것, 다시 말해서 하느님을 향유하는 것이다. 그 밖의 것들은 비록 하느님께로부터 받았다고 할지라도 하느님을 모시고 있지 않다.(129-131쪽)
‘교부 문헌 총서’를 내면서
해제
1. 『행복한 삶』 집필 계기와 시기
1.1. 집필 계기
1.2. 집필 시기
1.3. 본서의 등장인물
1.3.1. 헌정인 테오도루스
1.3.2. ‘우리 어머니’ 모니카
1.3.3. ‘내 아우’ 나비기우스
1.3.4. ‘내 제자’ 트리게티우스
1.3.5. ‘내 제자’ 리켄티우스
1.3.6. ‘내 사촌’ 라르티디아누스와 루스티쿠스
1.3.7. ‘내 아들’ 아데오다투스
1.4. ‘향연’ 형식의 대화
2. 『행복한 삶』의 내용과 사상
2.1. 책의 구성
2.1.1. 테오도루스에게 바치는 헌정사(1,1-5)
2.1.2. 향연 무대의 설정(1,6-2,9)
2.1.3. 본격적 토론(2,10-3,22)
2.1.4. 아우구스티누스의 가르침(4,23-35)
2.2. “행복을 향하여 배 저어 가는 사람homo navigator”
2.3. “최고선最高善만 인간의 염원을 충족시킨다”
2.4. “우리 내면의 이 광체를 향해서 저 숨은 태양이 빛살을 쏟는다”
3. 번역 대본과 현대어 번역본
본문과 역주
1.1. 폭풍이 행복의 땅으로 인도할 수 있는가
1.2. 철학이 거두어 주는 사람들을 세 가지 뱃사람 무리에 비견하다
1.3. 옛사람들의 지혜를 거대한 산에 비유하다
1.4. 아우구스티누스가 몸소 체험한 일
1.5. 지금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어떤 기분인가
1.6. 회식하는 자리에서 ‘참된 행복’에 관하여 토론하던 사람들이 누구였는가
2.7. 자기한테 뭔가 결여되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뭔가를 희구하게 마련이다
2.8. 영혼은 사물의 이해와 덕성을 필요로 한다
2.9. 건강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식욕이 없다
2.10. 우리 모두 행복해지고 싶다
2.11. 원하는 바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2.12. 회동한 사람들 각자가 품은 생각
2.13. 연구에도 정도가 있다
2.14. 아카데미아학파는 진리를 발견하지 못하므로 행복을 결하고 있다는 …
2.15. 아우구스티누스 생각이었지만 리켄티우스가 반박한다
2.16. 모니카는 그런 사람들을 ‘지랄쟁이’라고 불렀다
3.17. 지금까지의 발언을 간추리다
3.18. 제각기 다른 말을 쓰면서 토론을 벌였는데 사실 똑같은 한 가지를 의미하였다
3.19. 하느님을 찾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
3.20. 아카데미아학파의 현자가 과연 하느님을 찾는 사람인지를 두고 나비기우스가 이의를 제기하였다
3.21. 하느님을 찾고 너그러우신 하느님을 모신 사람은 행복한 삶을 누리기에 합당하다
3.22. 아직 하느님을 찾으면서도 곤궁한 사람은 불행한가
4.23. 빈궁함이 무엇인가
4.24. 빈궁하지 않은 사람이 행복하다는 결론은 즉각 나오지는 않는다
4.25. 그 이유는 행복한 삶은 정신에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이다
4.26. 그와는 달리 지혜가 없어 불행한 사람은 빈궁하다
4.27. 어리석음이야말로 최대의 빈궁이다
4.28. 지혜는 곧 행복한 삶이요 어리석음은 곧 불행이다
4.29. 어리석음은 무엇을 못 가졌다는 말이다
4.30. ‘빈궁’에 상반되는 것은 ‘충만’이다
4.31. 충만은 법도와 절제에 의해서 성립한다
4.32. 그러므로 지혜는 곧 충만이다
4.33. 또 지혜는 곧 법도다
4.34. 하느님은 최고의 충만이시고 법도이시다
4.35. 진리에 도달함으로써 우리는 행복해진다
4.36. 향연을 예찬하면서 끝마치다
『재론고』
지은이 : 아우구스티누스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태어났다(354년). 어머니 모니카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으나, ‘지혜에 대한 사랑’(철학)에 매료된(373년) 청년 아우구스티누스는 진리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 한때 마니교와 회의주의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밀라노의 수사학 교수로 임명되면서 출셋길에 올랐다(384년). 밀라노에서 접한 신플라톤 철학,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설교, 수도생활에 관한 증언 등을 통해 그리스도교에 눈을 뜨기 시작했으나, 머리로 이해한 그리스도교 진리를 아직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엉거주춤 망설이며 살아가다가, 마침내 바오로 서간을 ‘집어서 읽으면서’(Tolle! Lege!) 회심하였고(386년), 행복한 눈물 속에 세례를 받았다(387년). 교수직과 재산을 미련 없이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소박한 수행의 삶을 엮어 가던 그는 뜻하지 않게 히포 교구의 사제(391년)와 주교(395년)로 서품되었고, 40년 가까이 사목자요 수도승으로 하느님과 교회를 섬기다가 석 달 남짓한 투병 끝에 일흔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430년). 『고백록』Confessiones을 비롯한 수많은 저술(책, 서간, 설교)과 극적이고 치열한 삶은 그리스도교 철학과 신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교부들 가운데 우뚝 솟은 큰 산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 철학 체계 속에 그리스도교 진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냄으로써 ‘서양의 스승’이라고도 불린다.
옮긴이 : 성염
1972년 가톨릭대학교 졸업 후, 1976년 광주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석사, 1986년 교황청 살레시오 대학에서 라틴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2005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3~2007년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역임했다. 그간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및 이사장, 서양고전학회 회장, 한국서양중세철학연구소 이사, 서강대 철학연구소 소장, 우리사상연구소 소장, 한국가톨릭철학회 이사 등 다양한 학회 활동과,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 인권위원회, 한국가톨릭교수회 등 각 분야의 사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저서와 주해서, 번역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랑만이 진리를 깨닫게 한다』 『님의 이름을 불러 두고』 『라틴어 첫걸음』 『고급 라틴어』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 『미사 해설』 등이, 아우구스티누스 주해서로는 『신국론』 『자유의지론』 『그리스도교 교양』『삼위일체론』 『고백록』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등이, 기타 고전 주해서로는 키케로의 『법률론』, 단테의 『제정론』,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 등이, 역서로는 『신은 존재하는가? I』 『인간의 죽음』 『아시아의 해방신학』 『아시아인의 심성과 신학』 『해방신학』 외 다수가 있다. 이 밖에도 수십 편의 학술 논문과 사전 항목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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